학부형으로서 자유학기제에 대한 입장

Posted in 생각들 by 약간의여유

내 딸은 고등학교 1학년이다. 과거 중학교에서 딸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았기에 자유학기제에 대한 우려가 다소 있다. 

우선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찬성과 반대 의견이 있는 듯 하다. 

자유학기제, 성적표 없어지니 꿈은 더 가까이에 - 굿모닝충청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시험부담에서 벗어나 다양한 진로체험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다양한 진로체험 활동이 아니라 직업중심 체험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사설] 중학 자유학기제, 확대 앞서 학력 대책 시급하다

학력 저하와 사교육 풍선효과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시험을 보지 않으면 아이들 실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학부모는 걱정한다. 그런 심리를 이용한 사교육 업계의 ‘불안 마케팅’이 극성이다. 자유학년제가 자칫 ‘사교육학년제’가 될 거란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서 그 방향에 대해서는 일단 찬성한다. 나도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쓸데없는 입시경쟁 때문에 학생의 창의성과 능동성이 줄어든 것을 경험했다. 공부만을 공부하는 것이 학생의 진정한 실력향상에는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도 생각했다. 물론 공부를 더 한다면 공부 머리는 더 좋아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 사회에서 더 요구될지도 모르는 "노는 머리"는 퇴화될 것이다. 영어 속담에서 "공부만 하고 놀지 않으면 머리가 둔해진다"는 말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학생의 행복은 어떨까? 공부만 해서는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어차피 공부도 행복한 삶을 위해서 하는 거라면 공부하는 과정도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공부를 행복을 위해서 하는가 하는 것은 "교육제도"가 국가에서 도입하였는데, 그 목적이 국가가 원하는 인간상을 억지로 만들어내기 위한 것이었다는 관점에서 보자면, 교육의 목표는 인간의 행복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몰인간적인 교육제도에 내 딸을 내맡기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중학교에서만 실시하는 자유학기제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마음도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내신도 있고 수능평가도 있는데, 중학교에서는 그런 것이 거의 전무하다. 중학교에서는 마구 풀어주더라도 결국 고등학교에서는 더욱 고삐를 바짝 쥐게 된다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것이다. 즉 아무리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나 그 밖의 진보적인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대학 입시제도가 현행과 같은 상태를 답보한다면 결국 중학교 과정을 거치고 고등학교에 올라오는 아이들에게는 혼란만 더 커진다. 

내 딸이 그렇다. 내 딸은 중학교 때 전혀 공부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공부에 대한 압력을 거의 주지 않았기 때문인데, 막상 고등학교에 올라오니 자신이 중학교 때에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후회된다고 한다. 딸의 푸념을 듣고 있노라면 부모된 자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딸은 나에게 말한다. "내가 어렸을 때, 왜 저한테 억지로라도 공부하라고 시키지 않았어요?"

나는 말한다. "너한테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나의 철학에 어긋나기 때문이지. 공부는 스스로 해야 의미가 있지.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네가 배워야 할 것은,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자신의 인생을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란다. 만약 너에게 공부를 강요했다면 너는 행복하지 않았을 것 아니냐?"

중학교에서 대폭 풀어준 상황에서도, 일부 학부형은 대학입시를 생각해서 미리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부를 강요하는 집안의 아이와 그렇지 않은 집안의 아이는 학력격차가 커질 것이다. 이럴 경우,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 부모는 스스로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는 "과연 내가 자식을 제대로 양육하고 있나"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학기제에 찬성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대학입시를 뜯어고치고, 살벌한 입시경쟁을 강요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교육제도가 사회의 거의 모든 제도와 얽혀서 돌아가는 만큼 우리의 직업에서 인간다움 삶이 인정된다면, 교육에서도 더 인간적인 내용이 강조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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