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과 희극

Posted in 라이프/일상다반사 by 약간의여유

나는 비극보다는 희극을 좋아한다. 

최근 드라마를 보면 거의 모두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인어공주"도 안데르센은 비극으로 끝을 맺었는데(사람에 따라서는 비극이 아니라고 할 사람도 있으리라), 디즈니에서는 인어공주와 왕자가 결혼을 하는 해피엔딩을 선사했다. 

어떤 사람은 미국의 문화가 유치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을 한다. 그련데 디즈니 영화를 보는 층이 대부분 어린 아이가 아닌가? 어린 아이들에게는 인어공주가 끝내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결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으리라.


비극이 어른을 위한 것이라면, 희극은 어린이를 위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고 했다. 마음을 깨끗하게 씻겨 준다는 말이다. 그만큼 희극보다는 비극이 우리의 마음에 더 와닿는다. 우리의 삶이 본질적으로 비극적이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의 영화도 과거에는 비극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으로 희극이다. 그만큼 문화의 깊이가 사라졌다는 말일까? 우리의 영화가 기술적으로는 아주 현란해진 것을 부인하지 못하지만, 마음속에서 어떠한 울림을 제공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희극의 주인공이고 싶다. 하지만 내 이웃에서 희극의 주인공을 만나보면 기쁨보다는 시기하는 마음이 생긴다.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은 상당 부분 사실이다. 우리는 이웃의 희극을 즐기기보다는 공상적인 드라마를 통해서 희극의 주인공과 동일시하고 싶어한다. 이웃과는 동일시하기 어렵지만, 드라마의 주인공과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비극일지도 모른다.